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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의 화

 

 

 

 

 

 

 

 

 

 

 

 

 

 

 

 

 

 

 

아파트에  살다 보면 간혹 집에 두어야 할 분리수거 물품이나

심지어 쓰레기 봉투를 집앞도 아닌 공용공간인 계단가에 두는 집들이 있다.

자기 집앞 지저분해지는 건 싫으니 계단에 두는 것이리라.

 

나는 자주 걸어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다.

아마도 사람 다닐만한 틈은 충분하다 생각해서

그리 하나 본데, 대단한 시각적 공해이고 손에 짐이나 바구니 들면

회전 하면서 필히 걸리적 거린다.

 

초기엔 유독 한 집만 심하게 그랬는데

어느새 슬금슬금 그 풍토가 번져서 꽤나 많은 집들이 그런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사례가 이런 거군 싶어

볼 때 마다 스트레스가 만땅이다.

 

관리 사무소에 말해 봐야 그 때 뿐, 이웃끼리 소방법 운운하며

신고하는 것도 오버고.... 그저 내 맞은 편 집이

그런 민폐짓거리를 하지 않아 우리층만은 깨끗함에 정말 감사하며 살았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쓰레기 봉투와 너저분한 것들을 계단가에 잔뜩 쌓아 놨다.

501호 너마저 ㅜ.ㅜ

고개를 절레절레 하고선 그냥 계단을 내려서는데

얼래? 우리집옆 계단가까지 침범해서 잡다하게 널어 둔거다.

타인들이 보면 영락없이 내가 내놓은 모양새.

 

순식간에 분노게이지 상승해서 맞은편 집 문앞에 섰고

잠시 고민을 했다.  해? 말어?

그 때 눈에 들어온 작은 문구. 초인종 옆 가스 검침 기록지에 적힌

'5월1일  이사예정'

응? 오늘이잖아?

그래...뭐 그렇다면야 이건 이해해야지.

하고 돌아섰는데

문앞에 서서 내가 짧게 망설이며 고민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문구 보이지도 않았겠지.

 

일상의 작은 분노거리에 대해 한 템포 늦춰 화를 내는 것.

이게 참 많은 훗날의 낯뜨거움과 후회거리를 줄여 준다.

살면서 모두들 몇 번은 겼었을테고 나 또한 꽤나 많은 기억들이 있다.

그 때 내가 왜 그리 화를 냈을까.

시간 지나 생각해 보면 그 정도 꺼리도 아니었는데 싶었던 사연들.

게다가 그 화를 낸 상대들은 대부분이 가족이거나 나의 주변 사람들 아니었던가.

아침의 일을 겪었으니 다시 한 번 마음의 경계로 삼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