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쓴 글에 스탠 바이 미가 잠깐 나온 김에
예전에 했던 생각이 떠올라 또 끄적거려 본다.
.
.
.
stand by me는 롭 라이너 감독의 1986년 작품인데
스티븐 킹의 중편모음 소설집 사계(Different Seasons)중
가을편에 해당하는 the body(시체)가 원작이다.
이 사계의 봄편에 해당하는 소설이
잘 알려진 Rita Hayworth and Shawshank Redemption (쇼생크탈출)이기도 하고.
리버 피닉스, 윌 휘튼, 제리 오코넬, 코리 펠드만이
주인공 네 소년으로 등장하며
자기보다 훨씬 어린 꼬맹이들에게 수시로 으름짱을 놓는
동네 건달역으로 나오는 젊은 시절의 키퍼 서덜랜드도 볼 수 있다.
1959년 미국, 작은 농촌 소도시에 살던
10대 초반 네소년들의 이틀간에 걸친
작은 일탈과 여행,모험이 그려진다.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사는 네 명의 단짝 친구들이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면서 친구라는 존재에 대한 든든함에 의지해 가며
사회와 어른들의 간섭이 없는 세상으로 떠나보는 여행,
아니 여행이라기 보다는 영화속 그 아이들에겐 모험이라고 칭해야 할 것이다.
짜릿함과 미지의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떠나는 울타리 밖으로의 모험.
살던 동네가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들이
험난한 여정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마을은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참 작아 보였다...라는 게 결말부의 내용이고
이후 성인이 된 후의 후일담이 짤막하게
나레이션으로 나오며 끝을 맺는다.
.
.
.
처음 본 건 아마 20대 중후반쯤 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런 영화가 있었지 하는 정도의 느낌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걸
20년 가까이 지나 마흔이 넘고서 다시 보면서 이전엔 못느낀
몇가지 감정적 자극을 느꼈었다.
10대 초반 어린 소년들의 성장드라마를
20대에 보면서는 별 감흥을 못 느꼈는데
40대에 이르러 다시 보면서는 왜 감정적 동화를 느꼈을까?
20대의 나는 주인공들과의 나이차에 따른 갭이 더 적으니
훨씬 더 영화속으로 감정이입하기 쉬웠을텐데 말이다.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것보다
열 발짝 떨어지면 더 잘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한 연유였을까?
.
.
.
다시 보며 새삼 느끼게 된 포인트들...
첫 번째 포인트는
앳되고 파릇파릇한 모습의 리버 피닉스가 주는 매력이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인생의 낙오자가 될거란 절망감을
안고 사는 크리스역으로 나오는데
외면으론 강하고 어른스러워 보여 아이들의 리더격이지만
그 속에는 외로움을 가득 안은 여린 소년의 모습이
깃들어 있어서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 눈매가 참 깊어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많은 회한을 담고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우수에 젖은....이라는 말은
소녀취향의 하이틴 로맨스에나 나올법한
무척이나 오글거리는 표현이긴 하지만
영화속 그의 눈매가 발하는 매력에 주목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꽤나 적절한 표현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를 두 번째 보던 시점에서
그가 20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인이 되었단 사실도
이런 내 느낌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되긴 한다.
그리고 두 번째 포인트,
영화속 아이들이 어른흉내를 내며 히히덕 거리는 모습을 보며
딱 그 나이때의 나도 느꼈을법한 것들에 대한 감정적 동화가 아니라
20대를 지나는 동안 내가 지니고 살았던
생각과 사고에 대한 것들이 떠올라 잠시 멈칫한 것에 대한 기억이다.
20대...
젊음이 누려야 할 사랑과 행복이 있었고
경제적 성취를 위해 매달려야 할 일이 있었다.
치기어린 젊음이 뱉어내는 유치함이 있었고
두 수 앞을 못보는 허세 가득한 무모함이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반면에
나는 아직 젊으니까!! 하는...성공에 대한 근거로는
턱없이 부족한 막연한 자신감이 혼연한 가운데
성공적이었든 실패의 과정이었든, 한참 인생의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던 시기였다.
그러던 젊음앞에
유년의 동화같은 소년시절의 나른한 추억담 따위는
별다른 정서적 자극을 주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참 오만한 시기였던거지.
세상과 사회가 작동되는 방식이든, 인간관계든
다 내가 예상했던 선에서 일어나고 진행된다고 생각했었고
나는 철이 들었고 현명하며 세상을 알만큼 안다라는 착각속에서 지냈던거다.
영화속에서 설익은 어른흉내를 내며 으시대던 아이들이나
내 잘난 맛에 살았던 20대의 나나 한 발자국 떨어져 지켜보면
현실의 세상앞에선 한낱 애송이였는데 말이다.
막상 냉혹한 현실의 칼날이 목전에 도래하면
으앙~ 하고 울어버리거나 어버버 하며 우왕좌왕 해버리고 마는...
.
.
.
그러한...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라
멍한채 보다가 이야기 진행을 놓쳐 몇 번씩 되감기를 해가며 봐야만 했었다.
시간은,
착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도 하고
세상앞에서 좀 더 겸손한 태도를 갖게도 해주었지만
이 또한 중간 과정일뿐, 모르는 일이다.
풋내기가 자신에게 내린 후한 중간평가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