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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californication

 
 
 
 
 
처음 몇 초만 듣고 나는  
아니 세상에? 싶었다.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이 곡은
내 마음 속 명예의 전당에 직행하리란 걸 알았다.

이렇게 단순한 기타 멜로디로 
어찌 이런 신박한 울적함을 만들어내지?
울고 불고 찌질한 처량함이 아니라
세련된 처량함.

하던 일 멈추고 주의깊게 집중해 들었고
이후에 찾아서 또 듣고 또 듣고.

이건 세기말의 우울을 노래하는 거다 라는 똥촉이 발동했다.
이리 생각한 이유는 내가 이 곡을 접한 게 2001년쯤? 
그리고 그 시기는
세기말의 혼란과 들뜸의 여운이 남아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곡의 발표는 아니나 다를까 1999년이었다.
하하 가끔은 똥촉도 맞을 때가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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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을 노래하는 곡들 중에는
한없이 검고 깊은 심연으로 빠져드는 곡들이
많은데 이 곡은 조금 궤를 달리 한다.
덜 슬프다가 아니라 표현의 정서가 조금 다르다 정도?

가사는 몰라도 사랑 노래가 아니란 느낌은 들었고
대도시, 냄새나는 뒷골목, 절망하는 젊은 청춘,
타락한 세상에 대한 원망,  거대 자본이 점령한 세기말의 사회.
뭐 대략 이런 걸 노래하는 건가? 싶었다.

결국 가사도 찾아 본다.
어렵다. 직역으로는 택도 없는 난해한 은유 투성이지만
문학적으로 어려운 표현을 써서가 아니라
미국인이 아니면 알 수가 없는
정서와 시대상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 어렵다.

미국 대중문화에 정통한 이가 
떠먹여 주는 수준의 주석을 달아주면 그제서야
아~ 하고 바보 도 트는 소릴 낼 수 있다.
 
세기말.
imf, 밀레니엄 버그, 유로 통화 시작, 코소보 전쟁,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 사상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세상은 언제나 그랬듯 역동적이었고 사건 사고로 시끄러웠다.
하긴 뭐....지구가 조용히 한 해를 보낸 적이 있기나 했겠냐만.

세기말이란 시대적 분위기와 갬성,
또한 그 시절 나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신용불량 직전까지 몰려
미칠듯한 불면의 밤을 보내던 시기이기도 하니
더욱 특별한 기억과 상처로 이 곡을 함께 기억한다.
 
이 곡이 실린 앨범 제목 또한 californication이며
내 마음 속 hof에 들어간 명곡이 하나 더 있다.
 
 
 
 
 
 

Red Hot Chili Peppers - Californ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