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분의 1학년 시절에 대한 글 보고 생각나서.
학교 운동장에 1학년 모두 모여
커다란 꿀밤 나무밑에서 어쩌고 하는
노래와 율동을 며칠간 배우고 연습을 했고
결국 그 날이 왔다. 학부모 모두 불러 놓고
1학년들이 그간 배운 노래와 율동을 열심히
공연하듯 선보인 것이다.
흙 폴폴 날리던 운동장,
그 촌스런 옷차림도 기억나고,
그 땐 왜그리 코흘리개가 많았는지
가슴에 옷핀으로 지른 손수건 기억도 난다.
모두들 율동에 열심이었고
그 시점에서 나는 키가 큰 편이었는지라
제일 뒤에 섰으니 사람들 눈에 잘 띄었겠지.
아 진짜...부끄러웠다.
이런 유치하고 귀염뽀짝한 동작을
어른들 모아놓고 내가 해야 한다고??? 의 심경이었거든.
그 기억, 그 뒤에도 한동안 불시에 생각나면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직장생활 시작한 얼마 안 지난 초년기.
사무실 경리 아가씨는 나보다 두 살 어렸다.
그녀도 똑같이 커다란 꿀밤 나무 밑에서의
추억을 진하게 갖고 있는듯 했다.
나는 반가워하며 말했다.
어후.. 동네 사람 다 모아놓고 그런 율동을..
까지 말을 했더니 냉큼 이어 받아서 하는 말이,
나는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이리 멋지게 배워서 잘 하는 나를 뽐내고 싶어서
무지 동작도 크게 표정도 깜찍하게 지어가며
했거든요. 사람들 박수에 힘도 났고,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니 이어갈 말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다. 아 예...그렇군요 정도 했을테지 아마.
그녀에겐 힘든 연습생 시절 끝내고 데뷔하던 환희의 추억 정도였겠고
내겐 8살 인생 첫 시련이자 첫 이불킥의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