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아들이 알바한다고 집을 나서는데
양말이 짝짝이다. 비슷하지도 않고 전혀 다른 양말.
스타일과 치장에 신경쓰는 타입인지라
그건 뭐냐고? 최신 트랜드냐고 물었더니
마지막 양말이라 한다.
빨래감이 내 것이 아직 여유있다고 며칠 미뤘더니
아들 것은 바닥이 났나 보다.
아니 그럼 엊그제 내가 빨래 주말에 하자 라고 했을 때
당장 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 했더니
빨래를...아빠가 하는데 어찌 그리 말을 하냐고.
이게 단발성 멘트였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내가 그 말에 찡 했던 이유는
아들의 머리엔 늘 이런 사고가 있기 때문이다.
전에도 이런 류의 얘길 들은 기억이 난다.
아들과 나는 분가전에 부모님 집에서 같이 살았다.
낡고 작은 집에서 3대가 함께 살면
잠자리와 욕실 사용은 물론이요 생활 싸이클에 따른 차이로
인한 불편들이 참 날카롭게 피부에 꽂힌다.
사춘기 청소년이 자기 방도 변변히 없어 겪는 불편함이
얼마나 컸을지..
이런 류의 불편들은 우리 가족은 서로 잘 지내고 화목하니까
하는 전제로 해결되는 성질이 아니었다.
분가를 결정하고 아들에게 그 얘길 하며
그동안 불편한 거 아무 말 안하고 참아줘서 고맙다 했더니
그때도 이리 말했다.
아빠도 불편한 거 얘기 안하고 참고 지내는데
자기가 어찌 뭐라뭐라 하냐고.
참 속깊은 아들일세..
팔불출이려나.
Dido - Don't Think Of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