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뭔가를 하나 사는 경우에
사용기 검색도 하고 가격 비교도 해가며
나름 합리적이고 최상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편이다
기본 성향은 이러한데
이따금 정말 이해하기 힘든 충동구매를 하거나
굳이 그리 안 비싸도 되는 상위 모델을 사고서는
뒤늦게 너무 오버했다 싶어 자책할 때가 종종 있다
쇼핑이란 게 내게는 늘 그렇다
생각을 오래 하면 자꾸 가격이 올라 간다
이왕 사는 거 조금 더 주고 이런 기능 있는 거 저런 기능 되는 거
이런 식이 되버리는 경우가 참 흔했는데
지금의 카메라도 차도 집도
전부 그런 식으로 업그레이드 해가며 내 수준에 넘치는 걸로 샀다
그러니 문제란 거잖아!
작은 거 살 땐 꼼꼼하게 따지며 스마트한 소비자처럼 굴면서
왜 하필 덩치 크고 비싼 거 살 때 합리적으로 못구냐 말이다
최근에 드릴이 좀 필요했다
목공이나 공예등의 diy가 취미가 아닌 내가 (관심은 있고 보는 것도 좋아한다만)
집에서 전동 드릴을 쓸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기껏해야 벽에 못 박을 때?
그런 일은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이잖은가
그럼 당연하게도 드릴같은 건 안 사야 하고 정 필요하면 빌려 쓰면 된다
게다가 회사엔 드릴은 물론이요 없는 공구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굳이 드릴을 사야 할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딱 필요할 때 당장 없으면 곤란하잖아 ( 내일 해도 돼. 회사꺼 빌려! )
집에 드릴쯤은 하나 구비를 해둬야지 ( 언제 부터 드릴이 가정 필수품이라고 )
그간 드릴이 없어 서러웠던 적이 있었잖아 ( 언제? ㅋㅋ )
하는 등등의 근거 부족한 이유를 막 갖다 대며 스스로에게 타당성을 부여하고는
열심히 어떤 브랜드 어느 정도 규격을 얼마 정도에 사야 하나를 검색해 본다
굳이 사고 싶어 안달이 났다면
(사실, 많은 남자들에게 전동 공구는 작은 로망중 하나 아닙니까??)
내가 쓸 용도 생각해서 저렴한 5만원 안쪽 제품으로도 충분하련만
나는 또,이왕 사는 거 이런 기능도 있고 저런 거도 되고
옵션이 이런 게 있으면 좋고....하는 식으로 차츰 눈이 높아져서는
결국엔 거의 전문가들이 쓸 법한 공구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전동 공구의 세계도 들여다 보니 재미있군 하며
열심히 보다가 와....이러다가 정말 사겠다 싶어서 검색 창을 닫긴 하는데
나는 나를 잘 안다
그래서 겁이 난다
초인적 인내심이 필요하다
Pussycat Dolls - S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