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보고 있자니
사다리의 마지막 단 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스티븐 킹의 아주 짧은 단편소설인데
그의 일반적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참 말랑말랑하고 아릿한 내용이다.
내용이 너무 짧아 줄거리 요약은 생략하는데
구글링 잘 해보면 전문이 올라와 있는 사이트들도 있긴 하더라만..
.
.
.
추가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일반적 이미지는
공포와 호러소설의 대가?
그리고 그의 많은 소설들이 영화화된 베스트셀러 작가 정도?
알려진 영화들만 대략 꼽아봐도
샤이닝, 캐리, 킹덤, 스탠 바이 미, 쇼생크 탈출, 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미스트, 그린 마일, 론머맨 등등이 있는데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의 작품 대부분은 공포물, sf심령물, 스릴러등이 주류이다.
벽 너머 혹은 옆 공간에 있는 정체모를 괴이한 존재,
악령이 지배하는 교외의 작은 마을,
초자연적 존재에 지배당해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이나 물체.
이런 것들은 그의 소설에 참 많이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대략 이러하다 보니
기괴한 쪽으로의 상상력이 참 탁월한 사람이구나란 생각을 했었다.
누구나 마음속에서 한 번쯤 상상해 봤을법한 무서운 생각들,
그 막연하고 두려운 상상의 조각 하나를 갖고
현실감있게 구체화시켜서 내 옆에서 실제 일어나는 것 같은
생생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의 소설이 가진 일반적 패턴이다.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이 그런 성향인 것은 아니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쇼생크 탈출의 원작 ),
the body ( 시체란 뜻이지만 영화화 되면서는 제목이 Stand by me로 바뀌었다)
등에서는 괴물이나 악령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사다리의 마지막 단 도 그러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다만 조금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뿐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과 인생역정을 다루며
참 섬세한 감정묘사와 함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읽다가 보면 과연 이 사람이 악령과 괴물을 즐겨 다루던
그 호러작가가 맞나 싶어 의아스러울 지경이다.
어쨌든.
이렇게 작품성향이 극과극을 오가기도 하는데
공통점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잠시도 설렁설렁 쉬어가며
진도를 나가게 놔두질 않는다는 것이다.
계속 몰아 부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는 게 아니라
풀었다 조였다 해가며 일정 수준의 몰입도를 항상 유지시킨다는 뜻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김영사 2002년)란 책이 있는데
이건 소설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스티븐 킹의 강의이다.
글쓰기 교본? 창작론? 이런 류의 책인 셈인데 놀랍게도 이것마저 재미가 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표현같은 건 배제하고
피부에 꽂히듯 와닿는 묘사를 통해 그의 이론을 펼쳐 나가는데,
강의 교재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또한, 그의 살아온 이야기가 중간중간 나오기 때문에
자전적 에세이의 성격도 띠고 있어 이래저래
읽는 재미가 있다.
스티븐 킹,
단지 기괴함과 공포에 특화된 상상력을 입심좋게 풀어내는 것 만으로
오늘날의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게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