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한 각오와 결연한 의지로 가득찬 국민교육헌장을
코흘리개 아이들도 달달 외우며 국가를 위해 견마지로의 자세로
충성을 맹세해야 했던 시대가 있었고,
그 시대에 배웠던, 아니 주입된 것중 하나가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게 장점이라고 했었다.
개뿔!!
가진 거 없고 지지리 못사는 나라에서
국민 불만을 잠재우고 희망이나 긍지를 심어 주기 위해
되도 않는 정신승리 차원에서
대국민 계도용으로 세뇌시킨 거다.
사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병영같았던 서슬 퍼런 군사 독재 시절의
우울이 남긴 택도 없는 자뻑일 뿐.
더워도 적당히 덥거나 추워도 적당히 추워야
사계절의 장점 운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냉난방이 별도로 필요없을 정도로 사람이 살기좋은
알맞은 온도가 연중 이어져야 좋다 라고 생각하지만
사계가 있음으로써 얻는 이득도 분명 있을 터이다.
섬유나 음식산업, 관광분야의 발전이라든가
다양한 자연을 보는 재미?
하지만 폭염과 태풍, 장마, 한파와 폭설로 인한 갖가지 인명사고와
재산피해, 생활의 불편, 주거비 상승등을
대체 어찌 특징이라면 모를까? 장점으로 받아 들이란 건가.
복지라도 잘 되어있고 전기료라도 싸서
더위와 추위에 맘놓고 가전기기를 돌릴 수나 있나?
더위만 해도 그렇다. 단순하게 기온만 좀 높은 것이면
깔끔하게 땀 좀 흘리고 끝날텐데 습도까지 지독하게 높아서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든다.
더워도 지저분하게 더운 것이다.
우리 보다 더운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의 더위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들 하는 이유가 있는거다.
이런 상황임에도 극단적 사계를 가진 자연 환경을
대단한 우리의 복인 것처럼 막연하게 인식하고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 괜히 억울하다.
어디 날씨뿐이랴, 맹목적인 애국심을 강요당하던 시대에
사회 전반 구석구석에 흩뿌려진 자아도취적 국수주의
사고의 잔재들이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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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위를 어찌 보낼까 하던 차에 때맞춰 엊그제 또
전기요금 인상을 하겠다고 운을 떼는 걸 듣고선 울컥해서 적어 봤다.
국민들은 늘 그래왔듯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어려운 국가 재정에 힘을 보태야 할 듯 싶다.
그게 이 땅의 민중들에게 주어진 역할인 거고 의무인 거지. ,
시대가 하도 거꾸로 흐르고 못 볼 꼴을 많이 보니
별 거 아닌 일에도 과도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네.
멍멍! 꿀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