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부동산과 경제에 관한 생각


















한 집에서 너무 오래 살았고 아들도 다 자랐기에 

조금 더 큰 집으로 옮겨야 한다는  당위성과 욕구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이사를 위한 집을 한동안 알아보러 다녔다.


하지만, 눈으로는 아파트 매물 정보를 뒤적이면서도 

맘속에선 과연 지금이 대출받아  집을 사도 될만큼 부동산 시장이나 

경제상황이 적절한 시기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 일어 발목을 잡으니 

선뜻 실행에 옮기지를 못하고 미적거렸다.


'아니 근데 뭔 놈의 아파트값이 이리 비싼거야?'


내가 사는 창원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면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축에 든다.

특히 통합시가 되기 전 오리지널 창원에 해당하는 성산구와 의창구의

단위당 평균시세는 고급 아파트가 즐비한 부산 해운대보다 비싸다.


지난 해 창원은 인구가 감소했는데 이 폭은 경남 도내에서 가장 크다.  

터널과 도로의 확장등으로 출퇴근이 쉬워져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한 가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하던데 이게 결국은 집값이 너무 비싸다 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잖은가.


주택이 부족해서가 원인은 아닌걸로 보인다.

창원의 주택 보급률은 102%인데 선진국에서 안정적인 수치라고 하는 120%에는 

못 미치지만 그렇다고 절대부족도 아니다. 여기에 지금 분양 진행중인 곳과

1-2년내에 신규분양 예정인 곳을 합하면 2만세대가 넘는다.

가뜩이나 건설사들이 미분양으로 적자에 허덕이는데 이게 과연 다 필리긴 하는걸까?


절대시세로도 비싸고 상승폭도 만만치 않다.

도심의 30평대 초반 아파트의 5년전 시세와 지금을 비교하면 7000에서 1억5천 정도가 

올라있는 상태이다.  창원얘길 계속 했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지 전국적으로 도시의 집값 상황은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과연 여기에 거품이 없는걸까?

급여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수입 오름폭은 발 다친 거북이 수준인데?

.

.

.

가계부채가 작년에 이미 1000조를 넘었고 올 6월말 기준으론 1040조 이다.

물론 저 수치 모두가 주택담보대출인건 아니다 (금감원 자료에는 7월 기준 504조)

하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의 비중이 워낙 높고, 또한

이 대출로 가처분소득이 주니 소비위축과 낮은 저축률로 이어져

2000년 전후해서 한 때 oecd국가중 저축률 최고를 기록하더니

지금은 최저치를 기록하는 국가가 되었다. 

이런 모든 것들이 결국은 삶의 질 저하와 내수경기 부진으로 이어지게 된다.


작년 기준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65% 정도였다.

이 수치는 2005년 108%이후 해마다 꾸준히 상승한 것인데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증가율이 떨어지거나 감소했는데

우리나라만 매년 꾸준히 늘어난 것이고 최근의 대출장려책들로 인해

이 수치는 점점 더 가파른 상승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근데 워낙 숫자가 크니 6개월새 40조 늘어난게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는 착시마저도 든다.

이런게 참 위험하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물가와 부동산의 지속적이고 느린 상승은 건강한 경제를 구성하는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현재 집값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결국 서민들이 빚내서 수년간 집값을 떠받쳐줘서 이룬 것이므로

무리수를 동원한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경제적 변화와 불황에 맞물려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사회전체에 미치는 여파가 어떠할는지....


이 혼란과 후폭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안간힘을 쓰면서 각종 정책과 규제완화, 금리인하를 단행해 왔는데

이게 참 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정책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런 정부의 노력도 헛되이 현재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부진은 처참할 지경이다. 

금감원이 2014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대기업중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된 곳이 34곳인데 이중 건설사가  21곳이나 된다.  


좀 더 자세한 내막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너무 많은 기업들이 언급되니 정신이 없다. 

시공능력기준 100대 건설사에 한정해서 본다면


7월 기준, 현재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는

금호산업, 경남기업, 고려개발. 진흥기업. 신동아건설, 삼호, 동일토건, 동문건설의 8곳 이며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법정관리중인 곳은 9곳으로

쌍용건설, STX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한일건설, LIG건설, 남양건설, 우림건설 이다.


이름이 언급 안됐다고 안심하면 안된다. 위 명단에는 없지만

GS건설, SK건설, 대우건설등은 지난 해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고

계룡건설, 롯데건설, KCC건설등은 신용등급 하락 대상에 포함되었다.


보너스로 며칠전,

한신공영은 지난 5년간 흑자가 사실은 적자였다고  정정공시를 해서 

금감원을 깜놀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이름꽤나 들어 본 건설사들이 대부분 등장했는데

정부의 지원을 그렇게나 받고도 이따위로 상황이 흘러 갔다는 사실에 기가 막힐 뿐이다.


건설사들은 지난 정부때 부터 '오냐오냐 내새끼' 식의  대책없는 편애를 지독히도 받았다.

경영부진으로 퇴출되었어야 할 회사들이 4대강과 신규 아파트 건립붐으로 버텼는데

지난 해 드디어, 89년 당기순이익 통계 도입후 25년만의 첫 적자를 건설업계가 기록했다.  

여기에 같이 맞물린 은행들은 정부 눈치 보느라 부실채권 정리도 못하고 대출금 회수 독촉도 

못하니 건전성확보는 서민들이나 닥달해서 하려나 보다.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건설사만큼이나 바라는 정부는 이후에도 수많은 부동산 관련 정책들을 

내놓으며 집값 거품이 빠질까봐 그 예방에 사활을 건듯한 행보를 계속했다.

전매권 풀어주고 LTV ,DTI같은 안전장치 완화해 주고

낡은 아파트들 수직증축 허용 (이거 정말 위험한거 아닌가?)

소형 평수 의무시공 폐지등을 해가며 밀어 줬으며

그와 병행해서 금리는 바닥을 치게 하고

언론에선 서민들아 얼른 빚내서 아파트 사라 해대고...


7.24대책으로 LTV,DTI 풀어주니 한 달여 만에 가계부채가 15조 가까이 

더 늘었는데도 거래량이나 분위기가 정부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나 보다.


안달이 나서  엊그제 9.1대책이라는 주택시장 규제완화책을 또 내놓은걸 보면

지금 상황이 얼마나 발등의 불이고 정부가 초조해 하는건지 보이는거 아닌가?

그런데도 대책 한 번 나와주면 시장의 반응은 일단은 뜨겁게 또 달아 올라준다.

얼마나 지속될진 모르겠지만 참 혼란스럽다.


이제 더 나올게 없을 것 같은데도 계속 새롭게 부양정책을 끄집어내니 

이건 뭐 도라에몽 주머니 보는 기분이라  신통방통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아직 더 있으리란 예상이 사실 되기도 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LTV ,DTI 그냥 없애겠단 소리를

언젠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거다.


이게 나의 말도 안되는 억지예상일까?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에 했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초입에 접어 들었다. 

--------    이런거 인정한다는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진짜 놀랐다.


이의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투입과 기준금리 인하등 각종 수단이 총동원 되어야 한다.

--------    비상시국 분위기를 암시하는 듯한 비장함이 엿보인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기 위해 광범위한 증세를 하겠단 의지로 해석된다.         


부동산에 돈이 너무 묶여 내수가 어렵다.  가계부채 증가의 해결을 위해서는

주택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가계부채도 해결할 수 없다는 역발상이 필요한 때 이다.

--------    국민들이 빚내서 계속 집을 사줘야 경제가 산다 라는 얘기다.

                  그리고, 역발상.... 이 말이 참 무섭게 들린다.

                  상식이고 원칙이고 필요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단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집값 사수를 위해선 내일을 생각 안하는 정책도 마다 않을 것으로

보이는 행보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이 정부의 존속기간 동안은

점진적 상승이나 보합세가 이어질 수도 있겠다.

그 뒤야 어찌되든 뭔 상관인가 다음 정부에 넘겨주면 되는데.

 

집을 산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며 가장 큰 돈을 들이는 투자인건데

이 억대의 투자후  10여년 정도는 안정된 금리와 완만한 집값 오름세 기조가 

유지되어야 대출금 갚고 저축도 다시 좀 쌓이고 하는 여유를 가질텐데

이 사회가 그 긴 시간 바람대로 흘러가 주진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부동산외적인 경제전반으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이 좋냐면 그 또한 아니다.

내수부진에 인구감소, 사회고령화, 양극화, 청년실업,

비정규직문제에 낮은 최저시급(이것마저 안 지키는 회사가 또한 많고),

친기업 정책으로 서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제구조등..

나열하기 힘들만치 많은 문제들이 쌓여있고.


한동안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던 미국의 출구전략 얘기는 진작에 나오기 시작했다.

8월말의 연준 회의록에 의하면,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좋으니 금리를 올려 진정시키자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아직은 많아 일단은 인상이 시기상조라고 

결정됐다고 한다. 하지만,지난해 말부터 시행한 양적완화는 차츰 그 규모를 줄여 나갔고

10월이 되면 완전히 종료된다. 지난 봄 옐런 연준 의장은 종료후 6개월후가

금리인상 가능 시점이라고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중반쯤이 첫 금리인상 시기가 될 것이라는게 현재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국 해바라기인 우리도 당연히 따르게 됨은 기정사실인데 금리인상이란게 

건강한 경제하에서는 그 파장을 수용하겠지만  수많은 가계빚으로 떠받친 

착시경제하에서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해 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성장과 분배를 같이 발전 못 시키고 오로지 성장에만 매달려 왔고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국민들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인구규모 또한 작아서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의 경제구조를 갖게 되었다.

그러니 외부요인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이고 

자꾸만 '내수시장이 작아서..' 라는 말로  수출주도형 경제의 당위성을 

역설해대니 이제 모두가 수출전사가 되어야 하고 대기업 위주의

수출드라이브를 위해서 국민들이 희생하고 양보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마저 형성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러하니 수출전선이 금리인상에 따른 환율하락으로 타격을 입으면

대기업들은 더욱 죽는 소릴 할 것이고 정부는 각종 세제혜택과 특혜를 

또 다시 듬뿍 안겨주고는 부족해진 재원을 채우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엄숙한 얼굴로 '더욱 허리띠를 졸라 매고 세금 더 내라'라고 할 터이다.

아울러 금리인상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도 자연스레 예상이 된다.


재앙이란게 처음에는 한 쪽 구석에서 소박하게 시작하지만 모든 경제 요소들은 

맞물려 있으니 곧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가게 됨은 멀리 볼 것 없이 

2008년의 금융위기 상황을 보면 된다.

이런 위기 상황이 오면 바탕이 건전하지 못 한 사회일수록

급속도의 도미노현상을 겪으며 큰 고통을 겪게 된다.


금리인상 까짓 조금 올린다고 크게 영향 받을까 하고 방심하면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주식도 그렇고 환율이나 금리의

주요 공통점이 '추세'에 반응하고 미리 영향 받는다는 사실이다.

당장 몇 포인트 오른게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뭔가가 있을 것에

대비한 움직임이 '긴축' 쪽으로 대세 가닥을 잡게 되면

명목상의 수치보다 더 큰 효과가 나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참 답답한 현실 하나 더, 

위기가 임박해도 정부는 그럴싸한 문장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호도할테고

메이져 언론들이 적당히 맞장구를 쳐 줄테니 서민들은 아무런 준비도 대책도 없이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을 가능성이 많단 거다.


실사례를 이미 보았잖는가. 97년, IMF 외환위기 때,

연초부터 재계 순위권 회사들의 부도가 줄을 잇고 외신들의 위험경고가 빗발쳤음에도

11월초까지 줄기차게 한국 경제 위기 아니다 라고 강변하던 정부 관계자와 주요 언론들,

특히 자칭 '할 말은 하는 신문' 조선일보는

앞장서서 한국 경제는 끄덕없다는 헤드라인을 연거푸 쏟아냈다.



그 시절보다 지금의 정부와 언론이 과연 더 정직하고 도덕적인가?



어쨌거나, 이렇게 여기저기서 위험신호를 숱하게 보여주는데

이런 상황을 보면서도 실거주를 위한거다라는 마음으로 자위해가며

대출을 알아 보고 집을 보러 다녀야 하는 맘은 참 편치가 않았다.


쇼핑을 하며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결국 아무 것도 못 사거나 최악의 구매를 하게 된다.

하지만, 과감하게 그냥 질러!  해 버리기엔 금액이 너무 크다. 이건 차 한 대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거고 나와 내 가족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이니까.


이와중에 이사 생각한단 얘길 전해 들은 친지와 주변 어르신들은

사방에서 한 마디씩 거들며 조언을 해주신다.



거긴 한 동짜리 잖아. 대단위 아파트처럼 거래 많은 곳으로 가야 돼.

---- 예 그건 아는데요, 같은 조건이면 대단위가 더 비싼데 어쩝니까.


뭐하러 그리 외곽을 알아 봐. 교통 좋고 입지 좋은데로 가야지.

---- 압니다. 근데 도심에서 그 조건 맞추려면 대출 더 받아야 합니다.


거기가 시세가 그리 안 할텐데?

---- 올리모델링 되어서 그런 겁니다. 수리 안된건 말씀하신 그 가격입니다.



나는 직접 매물로 나온 집을 방문하고 주인과 중개사와 얘기하면서 현실의 정확한 

시세와 조건을 눈으로 보며 진행 하는데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드는 분들은

거기 구조가 어떤지, 그 지역 입지가 어떤지 실제 가보지도 않고 머릿속 상상과 대략 

수년 전의 정보를 갖고 지도편달을 하려 해대니

아이고 머리야....


배를 산으로 이끌던 수많은 사공들 과감히 뿌리치고 혼자 끙끙거리며 진행해서 

계약직전까지 갔지만 하루 전날 결국 포기했다. 

기꺼이 하우스푸어가 될 결심을 하고선 새 집 욕심에 살짝 들떴던 기분을 가라 앉히고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시기가 아닌 것이다.



국내외에서 한국경제를 불안한 눈으로 보는 시각이 몇 년전부터 많았지만

정부 반응은 항상 아무 문제없다 였고 지금껏 버텨왔으니 

어떤 면에선 그 능력이 참 대단하기도 하다만

그 내막이 사실은,  상식적으로 뭔가 터졌어야 하는건데 

비상식적이고 뒤를 생각하지 않는 정책을 동원해 막아낸 거라면?


진작  맞았어야 할 매를 나중에 몇 배로 맞기로 하고 

연기시켜 놓은 시대를 사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출과 이사를 보류하겠다는 판단에 후회를 안 하려면

경제적 위기상황이 와야 하겠지만 그건 모두가 나락으로 빠지는 길이니

정말 피해갔으면 한다. 하지만 과연...






9월11일자의 잠정결론


내년에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그리 될 거란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고

또한 정부가 사활을 건 필사적 노력을 할 것이므로

의외로 시장의 큰 혼란은 없을지도 모른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폭락도 없고 폭등도 없는 시기가 될 것 같음.


하지만 그런 평화는 정말 운이 좋다고 가정하는 경우 2년 정도가

한계치라고 생각되고 그 이후엔 매를 맞아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더 빨리 올 가능성도 물론 많고.


그러니,

겨울을 대비하는 개미의 심정으로 당분간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