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분의 글을 읽다가 병원 잘 안가려 한다는 대목을 보았다.
그 얘기 읽다가 떠오른 오래전 기억 하나.
특별히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 역시 병원을 자주 가지 않는 편이다.
일단 병원을 찾아야 할 만큼 아팠던 기억이 손꼽을 정도고
일상에서 자주 겪을만한 독감이나 몸살같은 걸 거의 하지 않기에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러고 사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되어 병원을 찾은 횟수가 손꼽을 정도이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하는 건강검진과 치과를 제외하고 세어 보면
위염때문에 한 번, 체해서 한 번,
일하다 다쳐서 찢어진 곳 꿰메느라 두 번,
알레르기성 비염때문에 두 번 이 정도인듯 하다.
서른이 조금 넘었던 때였을까?
가을쯤에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이 너무 불편해서 병원을 찾았다.
진단을 받고 간단한 치료를 해주더니 이제 주사 한 대 맞고 가면 된다는 얘길 듣고
간호사를 따라 주사 맞는 곳으로 들어갔다.
조그마한 공간에서 머뭇거리고 있으니 엉덩이 주사니까 바지를 내리라는 거다.
낯선 경험인지라 쑥스러움을 느낀 채 돌아서서 벨트를 풀고 바지를 내렸는데.
엉덩이 주사라는 걸 이래저래 보고 들은거야 있지만 직접 맞는 건 10여 년 만에 겪는 상황인지라
엉덩이의 어느 부위에 맞는 건지에 대해 짧은 순간 고민을 해야 했다.
이윽고 내린 결론이,
엉덩이라는 건 사람을 옆에서 봤을 때 실루엣상 가장 볼록하게 나온 부분이니
살이 많아 덜 아픈 그 곳에 놓는 거겠지 하는 생각에 도달했고
필요이상으로 과하게 바지와 팬티를 내려서 엉덩이를 시원하게 다 까버렸다.
민망한 자세로 엉거주춤 서서 얼른 절차가 진행되길 기다렸지만
내 뒤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아~ 빨리 좀 하고 치우지, 뭘 머뭇거리는 거야.
하고 속으로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불편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움직이는 기척이 나더니 주사를 놔주는데...
내가 어림잡아 예상하고 있던 엉덩이의 가장 도톰한 부위가 아닌 훨씬 위 쪽
거의 허리 바로 밑쯤에 주사를 놓는 것이었다.
어라??.....
싶었고 다음 순간
!!!!!!!
아~ 세상에...
나는 그제서야 정신이 퍼뜩 들었고 상황판단이 되었다.
목적도 없이 허망하게 노출된 엉덩이는 아마도
내 볼 만큼이나 벌겋게 달아 올랐으리라.
주사는 금방 끝이 났기에 나는 서둘러 풀어 헤쳐진 바지를 수습했고
내가 그 곳을 빠져 나오기까지 간호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 됐습니다 또는 잘 가시라는 형식적 인사도 물론 없었고.
폭풍처럼 밀려온 민망함에 병원 나서고도 한참 얼굴이 화끈거렸고
며칠간 밤마다 이불을 차야 했다. 물론 그 간호사는 더 멘붕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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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1주일간 다니란 얘길 들었지만
그 날 이후 못갔음. 변태로 소문나 있었을지도 몰랐기에.
요즘 시대였으면 신고당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