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동이란 동네에 2년을 산 적이 있는데
집 가까이에 꽃무릇 단지가 있다는 걸 알고선 해마다 들렀다
그게 그거같은 생김과 이름 천지인 야생화의 세계에서
도저히 헷갈릴 수가 없는 독특한 생김과 이름
9월 중순에 항상 절정이었다는 걸 보아왔기에 시간 맞춰 올해도 들렀다
일 년 만에 보는 이 독보적인 스타일의 외형. 학명은 모르겠고 영어로는 Red Spider Lily
군더더기 없이 직관적인 이런 이름 너무 좋음
야트막한 산이고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라 쉼없이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 날 마흔일곱번 들었다
'아이고 일주일만 일찍 오지 절정이었는데'
그렇긴 했다만 시들면 시든대로 시선을 바꿔 찍으면 되니깐
여기 들렀다 가는 길은 늘 녹초가 된다
낮아도 산이니 계속 오르막 내리막이고 9월의 낮기온은 무척 더우니깐
또한 오래된 골목과 집들이 빼곡한 동네옆인지라 주차와 진입로는 난이도가 무척 높다
그 낡고 좁디좁은 골목들은 꽃무릇 보다 좋아하는 주제이지만
요새는 이런저런 생각에 그냥 지나친다
섬세한 꽃모양에 비해 줄기는 뭐가 이리 심플해? 싶다
길쭉길쭉하고 탄성도 좋아 보여 장대높이뛰기의 봉을 연상케 한다
차까지 갈 기력은 남겨놔야 하니 이쯤에서 철수한다
얼음동동 아메리카노가 너무 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