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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고속도로 지난 여름 새벽 고속도로, 밤새 잠을 설치다 깨어 출발했다 보니 예정보다 늦었지만 졸려서 어쩔 수가 없었다. 졸음 쉼터에서 잠시 쉬기로 하고 담배 하나 피며 새벽 한기속을 서성거렸다. 근처에 강이 있는 것인가? 새벽 안개, 물안개가 어두운 도로에 자욱하다. 이렇듯 기상 여건이 극악인데 무섭게 질주하는 차들이 꽤나 보인다. 길가에 선 내가 풍압에 흔들. 이야~ 오늘만 사는 사람들 많구나. 나는 차를 모는데 저들은 로켓을 몬다. 30년 전, 도로변에서 잠시 쉬던 누군가는 신나게 쏘면서 달리는 나를 보며 저저~ 미친 놈 저거... 했을테지. 그 시절, 더 척박했던 도로 여건에서 더 후진 차로 미사일처럼 달리던 무모한 젊은이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어차피 늦었고 시계도 엉망이다 천~처이 가자. 더보기
그럴 때도 있고 머릴 깎으러 갔다. 늘 가던 동네 미용실이니 별 다른 주문이 필요없지만 (사실 늘 같은 주문이다) 조금만 잘라 달라 했다. 이른 오전에 들렀는지라 다른 손님도 없고 보통 그렇듯, 동네 미용실 원장님은 늘 대화가 그리운 사람. 오고 가는 소통보다는 나는 간간히 추임새만 넣어주면 되는 일방적 대화의 장이 열린다 오늘의 주제는 보아하니 동네의 이기적이고 쫌스런 언니, 연이어 에피소드 줄줄, 나는 간간히 고개만 끄덕이거나 적당히 맞장구. 춤추듯 신나는 가위 놀림과 함께 속사포 랩처럼 빠른 대사 처리, 스토리 전개도 번개처럼 휙휙. 나는 안경을 쓰기에 자르면서는 벗고 있으니 거울로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깎고 있는지 잘 보이지가 않지만 느낌이 쎄 하다. 이윽고, 끝나고 머리까지 감고 보니 살짝 한숨이 난다. 왜 불.. 더보기
그런 매력 일전에 쓴 적이 있는 주말 농부하는 지인, 주중에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고, 주말엔 각기 위치도 멀리 떨어진 두 군데 텃밭을 관리하랴 더 바쁘다 했었지, 그 와중에 사찰의 불자모임 간부를 맡아 그 업무 또한 들어보니 만만찮았기에 내가 얘기 듣는 내내 그의 강철체력과 스테미너에 혀를 내둘렀는데, 마지막에 한숨 쉬며 했던 얘기, "내 너무 피곤해서 간부직은 내려 놓았습니다" 나는 그 얘기에 너무 유쾌한 기분이 되었다. 회사의 공장장님, 일에 있어서는 너무도 철두철미하고 깐깐하기가 어휴...말도 못한다. fm같은 일처리를 하는 완벽주의자에 손 맵시 있고 일을 두렵거나 귀찮아 하지 않으며 한가하면 스스로 찾아서 일한다. 그 직책에도 청소등의 궂은 일 마다하지 않으니 함께 일하기 피곤한 타입일 수 있는데 그 분에 .. 더보기
나무가 있더라 III 해 넘기기 전에 밀린 나무 정리 더보기
책갈피 하나 책갈피는 필요하다. 펼쳐 들고 한 번에 다 읽어버리는 경우는 없으니까. 책장을 접어 두거나 책 겉면의 띠지를 끼운다? 두 경우 다 정말 싫어하는 행위라 나는 책갈피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쁘고 세련된 책갈피도 좋지만 보통은 임시변통으로 내가 직접 만들어 쓴다. 너무 얇지 않은 종이 하나 적당한 사이즈로 오리고 노란 박스테이프로 두어 번 감아주면 그 투박함도 나쁘지 않고 적당히 낭창거리니 기능적으로도 훌륭하고, 잃어버려도 하나도 아깝지 않으니 또한 좋아서 내 책들 여기저기에 중구난방 꽂혀있다. 책을 하나 선물 받았다. 새 책이 아니라 그 분이 보던 책. 몇 장 펼쳐 읽는데 낙엽 하나 나온다. 책갈피인가, 말리기 위해 우연히 끼워둔건가. 책을 건네 받았던 그 날, 차를 마시며 나눴던 이런저런 얘기중에 지금도 .. 더보기
통영, 자투리 사진들 적당한 식당 못 찾아서 편의점 라면 12월에 이런 풍경이라니 12월에 이런 풍경이라니 2 버려지는 가을 적당히 번잡한 도심 선창가 골목에서 선창가 골목에서 2 차 한 잔 1 차 한 잔 2 해질녘 쿵쿵따 지금 선 곳은 충무교위, 저 멀리 다리는 통영대교 가자 가자 집 갈 시간이다 더보기
think about' chu 이 사진과 이 곡을 억지로 연관시켜 보자면 스무살에 거제와 통영을 처음 가 봤고 그 아름다움에 무척 반했고 설렜던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다. 그 동네들을 이후에 일때문에 원도 없이 자주 가게 되는데, 일전에 쓴 적이 있다만 10년 정도를 그리 했었고 특히나 막바지였던 20년쯤 전. 그러니까 03 04년 경에는 주에 한 번 꼴로 가야하는 수준으로 자주 갔었다. 일이 끝나고 거제 혹 통영에서 출발하면 저녁 9시 넘기가 예사였다. 피곤하고 지친 몸으로 오른 14번 국도 단속카메라도 거의 없던 시절, 중앙 분리대도 드문드문, 가로등따윈 사치. 주변은 논 밭 혹은 이따금 멀리 보이는 바다가 있지만 밤의 국도에서 보면 사방은 온통 시커멓게 보일 뿐. 내 기억속 14번 국도는 참 우울하고 외로운 도로였다. 당시 나의 .. 더보기
설익은 시간 겨울 초입 계절은 무르익지 않았고 뜻밖의 선물처럼 주어진 포근한 며칠 옷장 깊은 곳으로 기약없이 끌려 들어간 가을옷이 허겁지겁 끌려 나왔다 더보기
머뭇 5초 추억 묻은 장소를 지나면 순식간에 소환된 기억들이 스포츠 경기의 하일라이트 필름처럼 머릿속에 주르르 나열되며 재생될 때가 있다 움찔해서 행동이 느려지고 머릿속 재생 영상에 잠시 빠져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잠깐일 뿐 생각 접고 다시 걷던 길 걷는다 내는 암시랑토 않다, 중얼거리며 더보기
봄고픔 겨울 이제 막 도착했는데 봄이 고픈 것인가 더보기
불쑥 들어온 겨울 한동안 동네 어귀를 서성이면서 안 쪽을 엿보며 미적거리더만 이윽고 결심한듯 한 발 들이미는 겨울을 보았다. 더보기
노란 웃음 건너편 마루에 앉으니 해가 정면이다 하늘은 청명했고 오후의 가을 햇살은 따스했다 무심한 손길로 툭 치듯 바람 살짝 불면 은행잎들은 속절없이 우수수 날렸다 눈놀이하듯 두 팔 벌려 낙엽을 맞이하며 아이들 뛰어 다닌다 높은 옥타브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깔깔깔 그만 일어서려다가 그 소리 또 듣고파서 다음 바람 기다리며 다시 앉았다 눈이 아릴 만큼 파랬던 저 날의 하늘 더보기
어쩌다 콜라 탄산음료, 일 년에 몇 번 먹을까 말까 한다. 일부러 사먹지 않는 거야 물론이고 피자니 치킨이니 하는 것도 좋아는 한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먹지 않기에 콜라류의 탄산음료는 사실상 내 일상엔 없는 장르다. 하지만, 이따금 자다 깨어 목이 칼칼할 때, 일상에서 문득 갈증이 일 때, 물 벌컥벌컥으로 성에 안 차는 경우가 간혹 있다. 무자극 니맛 내맛도 없는 생수가 아닌 목 안을 싸~ 하게 때려주는 탄산을 딱 한 모금만 하고픈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마트 장을 보면서 콜라를 샀다. 페트병으로 사면 탄산의 양이 병 열 때 마다 소실되어 콜라의 의미가 없어지니 가장 작은 사이즈의 캔으로 한 박스. 냉장고 한 편에 가득한 콜라를 보니 와...이게 뭐야 사춘기 애도 아니고 콜라를 이리 재놓고 마신다고? .. 더보기
나무가 있더라 II 우포에서 만난 나무들 더보기
한 스푼 난폭한 계절은 깊은 우물처럼 끝이 안 보이더니 좋은 계절은 달랑 한 스푼 주고 끝 더보기
손편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이 곡 찾아보니 71년 곡이다. 가정마다 전화기 보급도 안 되어있던 시절이니 편지는 그야말로 너무도 흔하고 보편적인 연락 수단이었을텐데 그 말에 담긴 알싸한? 뉘앙스는 어느 정도 였을까. 요즘의 '문자할게' 정도 수준의 범용 멘트 보다는 그래도 진득했겠지. 요즘 시대상을 반영한다면 가을엔 카톡을 하겠어요~♪ 정도의 가사가 만들어질 수도. 손편지 따위 사라진 지 백만 년. 편지 하겠단 말에 담긴 아릿한 맛은 50년도 더 흐른 요즘 시대에 해야 맛이 날듯. 더보기
유튜브로 시간 떼우다가 어느 젊은 부부의 브이로그를 봤는데 둘 다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아마 생방이었나 보지, 시청자가 벌칙으로 장기 자랑 1시간, 어쩌고 하는 얘길 했다. 부부는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그게 왜 벌칙이야? 하루 종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데? 라고 했다. 역시! 흥부자들은 다르군. 내 속에 없는 인자중 하나가 '흥'이다. 장기자랑 1시간 or 현금 백만 원 내기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난 고민도 없이 돈 낼듯. 더보기
나무가 있더라 걸친 옷 훌훌 털어내고 뼈대를 살짝씩 드러낸 나무들을 본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휙휙 틀어가며 복잡한 형상으로 뒤엉키며 뻗어나간 가지들의 그 섬세한 형상. 나는 쉬이 지나치질 못하고 찬탄하며 바라본다. 날카로운 펜으로 세밀한 터치로 그려낸 실핏줄을 보는듯하여 감탄하며 찍고 걷고 찍고 걷기를 반나절. 더보기
만추에서 만추로 안개 낀 가을 아침 짙은 가을색도 중화되어 차분해진다 만추(滿秋)에서 만추(晩秋)로 넘어가는 시간 때맞춰 뚝 떨어진 기온 이불 바꿔야겠다 더보기
아주 작은 연못 아주 작은 연못에 사는 아주 큰 물고기가 있을 수 있다 아주 작은 연못에 사는 아주 큰 물고기에겐 꿈이 하나 있는데 언젠가 비가 많이 내려 연못이 넘치게 되는 날 연못 밖 세상으로 나가 보겠다는 꿈이다 요즘 수익형 블로그 운영하는 분들의 복붙 글들이 너무 많이 달려서 댓글 권한을 이웃만 허용으로 변경하려 했더니 설정에서 그런 옵션은 없군. 관리자 승인후 오픈되게끔 하는 옵션은 있다만 그렇게까지 내 블로그를 폐쇄적으로 돌리고싶진 않기에. 아니? 지금 확인해보니 댓글의 '관리자 승인후 오픈' 옵션을 아예 없앴네? 지난 5월로 그 기능을 종료했다고 나오는군. 광고 블로그 운영자들의 무차별 복붙 댓글 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겠단 거지. 이런 건 참 치밀하게 손 써 놨네, 카카오. 더보기
은행은행 은행 은행 또 은행 여기도 저기도 사방에 은행 가득 카메라 메모리가 노랗게 물들겠다 더보기
가을아침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 할까 말까 더보기
함안향교 hello yellow 더보기
이행 이행, 급격한 이행. 지난 주말 교외 나들이를 하며 남쪽은 역시 아직이군 했었다. 이번주, 출근을 하며 일부러 길을 돌아 가면서 단풍 진행 상황을 주시했는데, 월요일: 별 특이사항 없음 화요일: 응? 수요일: 어라? 목요일: 어어어? 갑자기 잰걸음이다. 빠르게 울긋불긋 진행중. 반가움과 조바심 함께 인다. 아울러 철렁하는 마음도 있다만 그건 후딱 접고 지금은 일단 즐겨야 할 때. 더보기
안개 아침 나무 가을 가을 아침 안개낀 강변에서 말라가는 나무들을 본다 김부선 - 아쉬운 이별 더보기
잊었지 뭐야 사라질 색깔과 풍경들 오지은 - 잊었지 뭐야 더보기
원래 그랬다 초가을 아침의 선선함은 꽤나 날카로워서 대충 입은 얇은 옷감 사이로 쑤욱 들어와 매운 손끝으로 피부를 훑는다 한기에 흠칫 놀라며 시월에 원래 이리 추웠나? 하며 고개 갸우뚱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해마다 그랬다 이른 아침은 원래 서늘했었다 내년 가을에도 아마 왜이리 추워? 할테지 더보기
80프로 몸살 유독 감기나 몸살을 거의 하지 않는 체질이라 독감주사도 학교에서 강제하던 접종외엔 평생 맞지를 않았다. 약도 물론 먹은 적이 없고. 나머지 신체 부위는 나이듦에 따른 통증이나 문제들이 자연스레 생기는 걸로 봐서는 타고난 건강체라 그런 건 분명 아니고 유독 감기류에 대한 내성만 강한 것이리리라 생각한다. 감기몸살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으니 마지막 몸살도기억한다. 서른 전후해 자취하던 작은 방에서 덜덜 떨며 누웠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래도 비슷한 걸 겪기는 한다. 3-4년에 한 번 꼴 정도는 몸살 확정의 임계 수위 80프로 지점 돌파! 같은 정도의 증세를 하루 정도 겪다가 자고나면 빠르게 회복되는 루틴을 겪는 정도가 내 인생의 감기와 몸살의 이력이었다. 최근 오랜만에 임계 수위 80프로 지점 육박을 겪었는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