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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8월에 듣는 노래
















헛사랑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나이는 스물이었다.

스물....

스물이 되며 맞았던 세상은 천지개벽과도 같았다.

입시의 압박과 타율, 규제속에 살던 청소년앞에

누군가 툭 던지듯 자유를 놓고간듯 했다.

익숙하지 않은 자율과 자유를 손에 쥐고

막연히 놀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던 시절이었다.


스물, 여름, 8월의 어느 날,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걸걸한 목소리의 사랑노래.




한 여름 낮 그늘 밑에 번듯 누워 하늘을 보면 

내 님 얼굴 잠자리처럼 맴도네 맴도네 맴도네 맴 

한여름 밤 자다말고 문득 깨어 별들을 보면 

내 님 얼굴 유성기처럼 맴도네 맴도네 맴도네 맴 

피할 길 없네 님의 사랑 끊을 수 없네 나의 마음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말 못하고 헛사랑만 뱅뱅도네 




사랑을 해 본 적도 없고 그 흔한 짝사랑 같은 것도

대상자체가 없어 못해봤기에 사랑은 친구이야기거나

드라마에서나 접해보는 환타지같은 것이었다.


그랬던 내가 이 노래에 참 가슴이 울렁거렸다.

첨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해져선 넋을 놓고 들었던것 같다.

흔한게 사랑노래인데 왜 유독 이 곡에 대해 그리 반응했을까.

허한 가슴으로 모든걸 내려놓고  허망한 눈빛으로 부르는듯한 

그의 탁한 목소리 때문이었나 보다.

누워서 멍하니 하늘을 보며 들어야 할 것 같았던 노래였다.

감정이입이 되어 리얼한 간접경험을 하는듯 했던 그 느낌.


생각나는 노래다.

8월이 되면.










전인권 - 헛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