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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음이 시킨다

 

 

 

 

날벌레 하나 어른거림을 느꼈다
애써 무시하고 있는데 자꾸 눈앞을 오가니
'니가 명을 재촉하는구나'
나는 분연히 응징을 하리라 결심했다.

짐짓 관심없는 척 하다가 눈앞을 지날 때를 기다려
재빨리 손뼉으로 응징을 가하려는 찰나,
두 손바닥이 마주치기 0.03초 전.
나는 봤다. 심상치않은 색깔과 범상치않은 생김을,

모기가 아니다!
아...손으로 잡을 상대가 아니구나.
손바닥에 급제동을 걸었지만 멈추기엔 이미 늦었고
철썩 소리와 함께  상황이 종료되었다.
놓치길 바랐건만 어째서 이런 경우엔 한 방에 잡아지는가.

나는 손바닥의 잔해물을 두려워서 차마 보지 못했다.
으으....고통스런 신음소릴 내며 휴지 둘둘말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해선 찡그린 실눈으로 사체를 처리하고
화장실에서 손을 벅벅 씻으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모기였으면 아무렇지 않았을텐테
모양 조금 달랐다고 (정확히는 징그러웠다고)
사람 마음이 이리 요동을 치고

오바 육바를 하나 싶었다.
정작 직접 접촉을 한 손바닥 입장에선

모기였든 아니든 아무 차이도 없었을 터라 덤덤할텐데

그걸 어찌 해석하고 받아들였냐에 따른 내 마음이

질색팔색을 해서 문제였던거지.

일체유심조

일체유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