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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럴 때도 있고

 

 

 

 

머릴 깎으러 갔다.
늘 가던 동네 미용실이니
별 다른 주문이 필요없지만
(사실 늘 같은 주문이다) 
조금만 잘라 달라 했다.

이른 오전에 들렀는지라
다른 손님도 없고
보통 그렇듯, 동네 미용실 원장님은
늘 대화가 그리운 사람.

오고 가는 소통보다는
나는 간간히 추임새만 넣어주면 되는
일방적 대화의 장이 열린다

오늘의 주제는 보아하니
동네의 이기적이고 쫌스런 언니,
연이어 에피소드 줄줄,
나는 간간히 고개만 끄덕이거나 
적당히 맞장구.

춤추듯 신나는 가위 놀림과 함께
속사포 랩처럼 빠른 대사 처리,
스토리 전개도 번개처럼 휙휙.

나는 안경을 쓰기에 자르면서는 벗고 있으니

거울로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깎고 있는지 잘 보이지가 않지만

느낌이 쎄 하다.

이윽고, 끝나고 머리까지 감고 보니
살짝 한숨이 난다. 

왜 불길한 예감은 항상...

물론 표는 안 냈지.
얘기에 너무 심취한 원장님이
애초 내 요구를 잊었나 보다.
분명 조금만 해달랬는데 ㅜ.ㅜ

그래 뭐 날도 춥고
한동안 모자 쓰고 다님 되지.
두어 달 미장원 안 가도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