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타자기의 추억

오거스트 8월 2023. 2. 26. 15:14

 

 

 

내가 뭔가 조작을 하면

정교한 기계가 철컥철컥 지잉지잉 동작을 하는

이런 만질거리를 보통의 남자들은 좋아하지 아마?

 

십대 때, 그러니까 80년대.

그 시절엔 타자기를 대여하는 가게도 있었는데

여동생이 학교 과제인가 뭔가 하느라 대여를 해와선

잠시 만지작거리다 말면 이후 시간은 종일 내가 갖고 놀았다.

 

내가 누르는대로 정교한 활자가 

실시간으로 나오는 기계라니 얼마나 근사한가?

원고지를 쓰던 시대에 말이지.

 

손가락 힘으로 눌러야 하는 손맛, 철컥커리는 소리의 맛.

책의 폰트와는 또 다른 타자기 특유의 받침 자음 정렬이

어긋난듯한 글씨체가 주는 독특함.

먹끈 조정과 용지의 삽입과  줄 맞춤, 줄 바꿈

이 모든 과정은 내 손끝의 정밀한 작업을 통해 수동으로 이뤄진다.

 

나는 완전 반해버려서  이후에 순전히 갖고 놀려고

혼자 가서 빌려와 놀곤 했는데

여동생의  뭐야?????  하던 표정이 기억나네.

 

써 본 분은 아시겠지만 타자기는 오타 수정이 안된다.

난 장난으로 만진거니, 내가 몰랐거나 현업하던 분들에겐 요령이 있었을지도?

 

하여튼 이 단점은 타자를 하며

엄청난 집중력과 정밀도를 요하게 된다..

오타 한 번 나면 종이를 버리고 처음 부터 다시 쳐야하는거지.

컴퓨터가 없던 걸 떠나 그 개념조차 모르던 시절이었으니

그냥 당연한거라 받아들였고 불편이라 여기질 않았다.

 

최근 들렀던 몇몇 카페에서 본 타자기가 자꾸 뇌리에 남는다.

내가 나를 잘 알기에...

큰일이다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