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출근길 여정

오거스트 8월 2021. 9. 22. 21:28

 

 

 

 

 

 

 

 

 

 

 

 

 

 

 

 

 

 

 

 

 

 

 

 

 

 

 

 

 

 

야간근무를 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출근길이 여유가 있다.

 

낮에 자는 게 편치가 않아 일찌감치 깨어있기 마련인지라

 

아주 넉넉한 시간을 두고 집을 나서게 되는데

 

가는 길목에는 잠시 쉬다 갈 수 있는 내맘의 쉼터가 두군데 있다.

 

바닷가 방파제가 있는 사진의 저 동네가 그 하나이며

 

이 블로그에서 무수히 등장한 작은 공원이 또 다른 하나이다.

 

3년 전 이사를 한 이후엔  이동경로상의 쉬운 접근성 때문에

 

근래엔 이 방파제길 여정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풍경을 즐기고 등대에 적힌 낙서에 업데이트가 있나를

 

확인하면서 커피도 한 잔, 담배도 한 대, 사진도 찍고하며

 

시간을 보내다 가곤 했었는데

 

2008년 정도 부터 그리했으니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억장이 무너져 눈물 펑펑 울고픈 심경으로도 왔었고

 

세상이 즐겁고 황금빛으로 빛나는구나 하는 맘으로도 왔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무념무상이었다.

 

대단히 무표정하고 멍한 표정을 짓고선

 

흘깃흘깃 시간을 확인하며, 별 이득도 의미도 없는 이 여정을

 

출근전 마지막 막간의 틈을 짜내어 즐긴다는 위안거리로 삼았는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는 쳇바퀴가 너무 카랑거리며 돌아가는듯 하여

 

기름칠 좀 해둔다는 의미를 억지로 부여했던거라 본다.

 

 

최근 한동안 아침에 출근을 하다 보니 그 작은 막간의 여정을 못하게 되었다.

 

주말에 일부러 시간을 내야 가능한 이벤트가 되어버렸는데

 

이러면 또 그리워진다.

 

고착되다시피 뻔한 그 풍경속에서 서성거리던 시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