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유월과 장미의 기억

오거스트 8월 2024. 6. 13. 15:47

 

 

 

 

가슴도 몸도 뜨거웠다.
보통 그런 기운은 스무살 남짓한 시절에
겪어야 하건만 그 때 나는 청춘이 아니었다.
뜨거움과 욕구를 맘껏 분출해도 되는
나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갈증이 있었다.
지독한 갈증.

유월초라 장미가 한창이었다.
아름답지만 가시를 품은 꽃.
가까이 다가서면 아픈 꽃.

늘 비슷한 날, 늘 같은 장소에서
해마다 의식 치르듯 장미를 찍었고,
그 날은 너무 일찍 나선 탓에
이른 더위에 금방 지쳐선 잠시 쉬며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우연찮게
시 하나를 보게 되었다.



 


하루살이 - 허의행.

암놈은 허공을 날아다니며 발버둥칩니다.
딱 오늘 하루뿐인데
사랑을 모르는 수놈을 어떻게 유혹해야 하나, 
언제 사랑을 연습해서
언제 어디로 데리고 가 사랑을 나누어야 하나, 
처음인데 옷은 어떻게 벗겨야 하고 
맞추어야 할 입은 입술을 빨아야 하나, 
날개는 접어야 하나, 앞다리는 오므려야하나, 
뒷다리는 벌려야 하는지!

얼마나 숨은 차오를까 
심장이 끓어올라 피가 솟아 넘치면
신음소리는 어떻게 내야 되는지, 
사랑을 느끼는 수놈은 어떻게 몸을 뒤틀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아무 말이건 속삭여야 되는지, 
눈은 떠야 되는지, 꼭 감아버려야 되는지,
끝내는 둘이 미쳐버려도 할 수 없는지! 
미쳐서 날뛰다 하루가 가면
끝나지 않아도 죽어야 하는지!

 

 



한 번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장미에 몰두하며 진정시켜 둔
가슴속 잔불이 다시 타오르는듯 했다.
나는 잠시 스무살의 뜨거운 가슴이 되었고
스무살의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유월의 장미를 보면 생각나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