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침에 퇴근을 하고 집에 와 밥을 먹고 앉았다가
문득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충동적으로 들었다.
극장 가는 것 자체가 내 인생에서 워낙 드문 일이 되버린 지가 오래인데
하물며 혼자 보러 가다니.
극장을 간 마지막 기억이 거의 3년 되었고
혼자 극장을 간 마지막은 스무 살 무렵이었으니 거의 30년만의 일이네.
아침 첫 상영, 조조할인이 되니 가격도 저렴하고
관객도 거의 없어 너무도 쾌적한 환경에다가
어차피 오전은 잠 못 들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시간이니
이 얼마나 효율적인 시간 보내기일까 하는 생각에
뿌듯해 하며 관람을 시작했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게 그다지 즐길만한 일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풀hd의 시대 아닌가.
손바닥만한 폰으로 영상을 볼 때도 1080p의 풀hd가 아니면
성에 차지 않는 시대인데 아무리 영화 원본이야 고화질이든 말든
그 거대한 스크린에 옮겨지다 보니 자연스레 화질이 열악해짐은 당연한 일이건만
30년 전의 화질 수준도 이러했을텐데 하는 생각에 새삼 놀라버린 것이다.
그래, 극장은 모니터가 아니었지. 스크린에 쏘는 거지...
입체감 있는 사운드며 거대한 와이드 화면의 웅장함이며 영화 자체의 재미며 다 떠나서
그 뿌옇고 흐릿한 화면에 그만 흥미를 잃어버렸다.
유튜브 360p의 영상을 보는 느낌이잖아?.
차라리 vod 서비스가 시작되면 집에서 티비나 컴으로 보는 게
훨씬 낫겠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편한 차림에 맥주도 한 잔 할 수 있고 드러 누워도 되고
시내에 차 끌고 나가지 않아도 되고 등등.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이
내게는 설렘을 동반한 작은 로망쯤이었는데 이로써 깔끔하게 접었다.
Emeli Sande - Next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