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인플레
현대 사회는 큰 숫자에 무감각해져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화폐가치에 연동되어진 시각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시급은 5210원이다.
한 달에 일요일만 쉬고 10시간을 꼬박 일한다면
135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아..토요일 근무는 수당이 붙을테니
대략 160만원 가까이 되려나 모르겠다.
160만, 사실 이건 대단히 큰 숫자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거대한 숫자들 앞에서
160만은 아무것도 아닌 보잘것 없는 수치가 돼버린다.
성능 좋은 노트북 정도는 하나 살 수 있겠지만
아반떼 하나 사려면 2000만원은 할테고
집을 하나 사려면 2-3억이 초기 시작가로 봐야하고
뉴스로 들려오는 소식에 몇 십억이니 몇 백억이니 하는 숫자는
일상화된 숫자들이니 비록 그런 돈을 만져보진 못했지만
어림 짐작으로 그 정도 있으면 뭘 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되며 그 돈의 크기가 상상이 된다.
상상은 되지만 요즘 세상에 몇 억 해봐야
그리 큰 돈이라고 와닿지도 않는다.
숫자 자체로 억이라는건
엄청난 크기의 숫자인데도 우린 실감을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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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기원후..
지금은 기원후 2014년이다.
1년이 365일이니 그리스도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735,000일 정도가 흘렀다.
73만 이라고? 고작?
그래서 계산을 해봤다.
246,740 일이 흐르고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고
341,640 일쯤 왕건은 고려를 세웠다.
508,000 일쯤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했고
581,100 일쯤엔 임진왜란이 있었다.
697,150 일쯤에 한일병합이 되었고
710,000 일쯤에 우린 해방이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2만5천일이 더 흘러 2014년 오늘이 되었고
해서 총 누적 일수는 735,000일 정도인 것이다.
억단위가 보편화된 시대에
고작 알바 보름치 급여에 해당하는 수치에
적잖이 실망을 한 나는 큰 숫자를 찾아 나섰다.
찔끔찔끔 하지 말고 아예 인류 문명의 발현까지 거슬러 가는거야!
신석기시대를 지나 청동기 시대에 이르면
최초의 인류 문명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메소포타미아,이집트,페르시아,중국등이 그 중심에 있는데
그 시절이면 기원전 4천년이다. 요때 부터 계산해 보니
210만일이 된다.
이 정도면 일요일도 없이 알바 열심히 한 달 뛰면 나오는거니
아직 만족이 안되는구나.
하다못해 억단위 숫자가 나와주려면 얼마나 가야 하는거지?
아예 멀리 가보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면 어떨까?
여기까지 오면 사람이라 말하기 애매하다.
학계에선 유인원과 인류의 중간단계라고들 보고 있기 때문에.
500만년전에서 50만년전이라고 추정을 하니
그 갭이 좀 크긴 한데 내가 원하는건 큰 숫자인지라 오래된 쪽을 취해서
계산해 보니 18억2500일이 나온다.
아...이제야 좀 만족스런 큰 숫자가 나오는구나.
이정도면 로또 1등을 단독으로 당첨되는 경우 정도겠군.
기업비리 같은게 터지는 수준으로 가려면 몇 백억이 최소 단위이니 더 가보자.
백악기 티라노사우루스면 어떨까?
6700만년전 이므로 244억일이 된다.
그래! 이정도는 되어야
제법 큰 숫자라고 할 만하지.
그럼 대체 조 라는 단위는 언제나 되어야 나올까.
국가적 비리가 발생하면 흔한게 조단위인데 그 수준 맞추려면
지구의 탄생까지 바로 가면 된다.
지구나이 45억.
그 초기엔 산소도 없었고 심지어 달도 생기기 전이다.
계산해 보니 1조 6425억일이 된다.
이래나 저래나 '조'라는건 참 큰 개념인건 맞군.
그럼 대체 22조는 얼마나 큰 숫자인건가....
밥먹고 시간이 남으니 별 시덥잖은 생각을 다하네.
아이고..의미없다.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