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병
카메라는 언제 낙하하는가?
디지털로 바꾸고 이제 22년, 그간 카메라 떨어뜨린 건 두 번.
3년 전쯤 한 번, 그리고 엊그제.
그니까 앞의 19년 동안 없던 일이란 얘기다.
잠시 애길 벗어나서,
나는 현장 근로자로라 매일 마주하는 일터엔
오래되고 울퉁불퉁, 거칠게 생긴 쇠붙이와 기계들이 많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누군가가 다친다.
타박상 찰과상 근육통 혹 멍 가벼운 화상 등등 다양도 하다.
누가 가장 많이 다치는가,
회사 짬이 30년이 되어가는 공장장님이 압도적으로 1등이고
그와 한~~~~참 격차를 두고 내가 2등이며 연차도 두 번째다.
2등이긴 하다만 사실 그 빈도는 연간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수준이라 납득가는 상식선이라 하겠다.
그 다음 연차의 사람이 3등 정도 되겠고
연차 짧은이들은 다친적이 없다.
공장장님이나 나나 그럼, 평소에 덤벙대고 급한 성격인가 하면
전혀 아니고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결국 주의력 부족이란 얘기다.
늘 하던 일이니 긴장없이 느슨한 집중력으로 기계적 손놀림을
하다 보면 한 치의 삐끗으로 다치게 된다.
사고 순간을 되짚어 보면, 손이나 몸은 익숙함에
기계적으로 움직이지만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거나
혹은 시선은 일치했더라도 머릿속은 눈 앞의 것들을 건너뛰고
다음 일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
카메라 낙하도 참 닮았다 싶어 적어본 얘기고,
어찌어찌 그닥 크지않은 비용으로 수습이 될듯하다.
그리고 한동안은 무척 신경써서 다루겠지.
낙하는 했지만 또 기본 동작은 되기에
부상병 데리고 눈앞의 풍경들은 찍었다.
꽃무릇이 한창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