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몰라서2
작년에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전국민 지원금이 나왔을 때
동네 마트에 들러 장보기를 했었다.
평소 보단 좀 더 풍성하게 담아 카트를 밀고 계산을 하러 섰는데
카운트의 아주머니께서
역시 남자들... ㅋㅋ
하시길래 왜그러시냐 물었더니
지원금으로 모두들 쇼핑하러 오면 여자들은 한결같이 과일을 꼭꼭 사는데
남자들은 한결같이 과일을 안사요.
아....예 ㅎㅎ
하고 같이 웃었는데 그 때 느낀 바가 있어서
이후로 장을 볼 땐 틈틈이 과일을 산다 냉동과일.
생과일 사봐야 냉장고 인테리어용으로 머물다
결국 버려야 했던 이전의 경험들이 있기에
냉동실에 넣어 두고 잊은듯 살다가 이따금 먹기에는
냉동과일이 아주 딱인 것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하여튼 그래서 틈틈이 냉동과일을
믹서에 갈아서 마신 지가 이제 일 년이 거의 된 셈이다.
근데 냉동이란 게 아주 딱딱하니 믹서기에 돌리면
처음 몇 초간 요란하게 우당탕하며 돌다가
반은 얼고 반은 갈린 찰진 덩어리가 되어
믹서기 벽에 턱 하며 붙어 버리고 칼날만 신나게 헛돈다.
쉬었다가 반죽이 내려 앉으면 돌리고
또 들러붙으면 쉬었다가 돌리고....
쉬는 과정이 싫을 때 가끔은 믹서기 가동중에 통째로 들고선
칵테일 만들듯 쉐이킷 쉐이킷 흔들기도 했다.
참 귀찮은 일이었다. 냉동실에서 꺼내 어느 정도 녹기를 기다렸다가
돌리면 좀 낫긴 하지만 이 방법은 전체 과정이 길어지는 것이니
내심 조금 답답했는데
며칠 전, 과일을 믹서기에 넣고 기다림없이 바로 돌렸는데
그간의 습관처럼 가장 고속 버튼을 누른 게 아니라
이건 어떨까 싶어 저단으로 돌려 봤다.
어라? 잘 돌아가면서 벽에 붙지도 않는 것이다.
흥부가 슬근슬근 톱질하세~ 하며 박을 타듯
슬슬 돌리는 것이 포인트였구만!
이걸 몰라 일 년을 미련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