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비
댓글 달다 또 문득 떠오른 이야기가 있어서.
구슬비 라는 동요가 있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
달빛 새는 창문가에 두라고
포슬포슬 구슬비는 종일
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솔솔
단어 하나하나가 참 맑고 예쁘다.
오래전 처음 이 동요를 들었을 때야 코흘리개였을 때니
아무 생각도 없었다만 나이 들고 우연찮게 이 가사를 보곤
노랫말과 시어, 분위기가 너무도 맑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찾아 봤었다.
이 예쁜 시를 누가 지었을까.
권오순님인데
오래전 이미 돌아가셨다.
1919년생에 어려서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이 불편했고 또한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에
대한 개인적 저항의 의미로 학교를 거부하고 홀로 집에서
한글을 익히고 공부하며 창작 활동을 하셨다는데
이 작품은 1936년에 투고했다 하니 열 여섯보다 이전에 쓰셨을테지.
평생을 홀로 사셨고 한국전쟁 이후엔 삯바느질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갔으며
그 불편한 몸으로도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셨고
더 이후엔 수녀로서의 삶을 보내다 가셨다 한다.
평생을 소녀처럼 살다 가신 분이란 회고를 지인들이 한다는데
그래, 그 정도 되는 분이라야
이런 맑고 청초한 시를 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말년에 이르러 그제서야 구슬비가 인정받아 상도 받고 창작활동도
조금 더하셨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아 그리고 구슬비라는 말은 원래 사전에도 없는 말인데
권오순님이 처음 쓰신 거이지 않을까 싶다.
그 분의 삶을 알고 나니 더욱 아름다워 보였던 시, 구슬비.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